퇴직연금 제도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막상 DB형, DC형으로 나뉘는 제도를 들으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도대체 이 두 가지 제도는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게 내게 더 유리한 선택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퇴직연금의 기본 개념부터 DB형과 DC형의 장단점,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이야기까지 차근차근 풀어가 보겠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이 스스로 어떤 제도가 더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퇴직연금이란 무엇일까?
은퇴 후의 안전망
퇴직연금은 쉽게 말해 직장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은퇴 후에도 일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퇴직금’이라고 해서 퇴사할 때 한 번에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제도를 바꿔 일정 기간 동안 연금처럼 받도록 설계된 것이 바로 퇴직연금입니다.
퇴직연금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바로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입니다. 이름만 봐서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누가 책임을 지는가’입니다.
2. DB형 퇴직연금이란?
회사가 책임지는 안정형
DB형은 ‘Defined Benefit’, 즉 확정급여형이라는 뜻입니다. 이 제도에서는 직원이 퇴직할 때 받을 돈이 미리 계산되어 있습니다. 평균임금과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퇴직금이 정해지며, 회사가 그 금액을 보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높아지고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퇴직금도 커집니다. 따라서 DB형은 회사가 투자와 운영을 책임지고, 직원은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 ‘회사라는 배’에 올라타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면 약속된 퇴직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DB형 퇴직연금을 운영하다가 부실로 인해 문제가 생긴 사례가 있습니다.
3. DC형 퇴직연금이란?
개인이 책임지는 주도형
DC형은 ‘Defined Contribution’, 즉 확정기여형입니다. 여기서는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고, 그 돈을 어떻게 굴릴지는 근로자가 직접 선택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는 ‘씨앗’을 주고, 그 씨앗을 어떻게 키울지는 본인의 몫입니다.
투자를 잘하면 퇴직금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투자에 실패하면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금융 상품, 펀드, 예금 등을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DC형은 능동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DB형과 DC형, 나에게 맞는 선택은?
안정형 VS 성장형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 주체’입니다. DB형은 회사가 책임지고, DC형은 근로자가 책임집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도가 나에게 맞을까요?
-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 → DB형이 더 적합합니다.
- 경제 뉴스와 투자에 관심이 많고, 직접 운용할 자신이 있는 사람 → DC형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 장기근속이 예상되는 대기업 직원 → DB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이직이 잦고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 → DC형이 더 어울립니다.
5. 사람들이 잘 모르는 DB·DC형의 비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의 현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이 알아서 잘 굴러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특히 DC형의 경우, 개인이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은행 예금 수준의 수익률에 그치기도 합니다.
디폴트 옵션 제도
최근에는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투자되는 ‘디폴트 옵션’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투자에 소극적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를 방치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세제 혜택
퇴직연금은 세금 혜택도 큽니다. 적립할 때 세금이 이연 되고, 연금으로 받을 때 세금이 분리과세되며, 일정 금액은 비과세 혜택까지 주어집니다. 따라서 단순히 퇴직금이 아니라 ‘노후 자산 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6. 퇴직연금, 미래를 준비하는 눈
퇴직연금 제도는 단순히 퇴직금의 방식이 아니라,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DB형은 ‘안정된 항구’를 찾는 사람에게, DC형은 ‘자유로운 항해’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립니다.
결국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나의 성향과 미래 계획’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투자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DC형을 고른다면 노후에 큰 후회를 할 수 있고, 반대로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DB형에 묶이면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주는 혜택이 아니라, 나의 미래를 지키는 열쇠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연금 계좌를 열어보고, DB형과 DC형 중 어떤 것이 내게 더 맞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