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와 조선 부모들의 교육열, 그리고 오늘날과의 비교
1. 고려 시대 부모들의 교육관
고려 시대의 교육은 주로 귀족과 양반 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부모들은 자녀가 관직에 오르는 것을 최고의 성공으로 여겼습니다. 이를 위해 과거 시험이 필수였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유교 경전인 사서삼경을 비롯한 한문 교육이 기본이었습니다.
고려의 부모들은 집안에 훈장을 두어 자녀를 가르치거나, 지방에 있던 향교로 보내 기초 학문을 익히게 했습니다. 심지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개경이나 대도시의 서당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의 경우, 중국 송나라에서 서적을 구해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육 기회는 모든 계층에 열려 있지 않았습니다. 농민이나 천민 가정은 자녀를 학교에 보낼 여유가 거의 없었고, 그 대신 가업을 잇거나 생업에 필요한 기술을 어릴 때부터 가르쳤습니다.
재미있는 야사로, 고려 중기 한 지방 수령이 아들을 서당에 보내지 않고 밭일만 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아들은 훗날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글을 모르면 세상 이치를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아들은 늦게나마 글을 배워 관직에 올랐고, 부친은 주변 사람들에게 평생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고 전해집니다.
2. 조선 시대의 교육열
조선에 들어서면서 교육열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성리학이 국시로 자리 잡으면서, 학문은 곧 출세의 길이자 집안의 명예였습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어려서부터 한문 서책을 읽게 하고, 천자문·동몽선습 같은 기초서부터 시작해 사서삼경을 외우게 했습니다.
부모들은 단순히 글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인성과 예절 교육에도 힘썼습니다. 조선의 교육은 ‘효’를 강조했는데,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을 배우지 않으면 아무리 글을 잘 읽어도 사람 구실을 못한다고 여겼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서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반 농민 자제들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양반 가문에서는 가정에서 개인교사를 두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때 생긴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떤 양반가에서 아이가 글공부를 게을리하자, 아버지가 글씨를 써주며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훈계했습니다. 이 말은 훗날 ‘독서필독’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전해졌습니다.
3. 교육열 속의 여성 교육
고려와 조선 모두 여성 교육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가문에 따라 딸에게도 글을 가르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사대부 집안에서는 여성도 시와 서화를 익히게 하여 가문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같은 여성 문인들이 탄생한 것도 이러한 배경 덕분입니다.
한편, 양반가 여성의 교육은 가사·가계 관리와 같은 실용 교육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집안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4. 부모의 희생과 교육 투자
조선 시대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재산을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농토를 팔아 자녀를 과거 준비에만 전념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집안의 유일한 재산이던 논 한 마지기를 팔아 책을 사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흥미로운 야사로, 어떤 시골 아버지는 글을 모르는 농부였지만,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면 마을 어귀에 큰 기와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아들은 그 말에 힘입어 마침내 장원급제에 성공했고, 부친은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 이야기는 ‘약속을 지키는 부모의 마음’과 ‘자녀를 향한 교육 열정’을 잘 보여줍니다.
5. 과거와 현재의 비교
오늘날의 교육열은 사교육과 입시 경쟁으로 대표됩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차이는, 조선과 고려 시절에는 ‘과거 시험’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반면, 오늘날은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져 목표가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학문이 곧 인격 수양과 연결되었지만, 현대 교육은 실용성과 경쟁력 중심으로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해 변하지 않았습니다.
6. 마무리
고려와 조선 시대 부모들의 교육열은 오늘날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에도 부모들은 자녀가 글을 배우고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낮 없이 노력했고, 때로는 자신의 삶을 희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교육의 기회는, 어쩌면 그런 부모들의 땀과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