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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숨겨진 선구자들, 잊힌 별들의 이야기

tslog 2025. 8. 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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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숨겨진 선구자들, 잊힌 별들의 이야기
조선시대의 숨겨진 선구자들, 잊힌 별들의 이야기

1. 거침없이 바다를 넘은 여자, 장한수의 전설

 

 

남장을 하고 바다로 나간 여인

 

조선 중기, 충청도 보령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살던 장한수라는 여인이 있었다. 본래 장 씨 집안의 넷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기백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가 몰래 읽던 『해동제국기』와 『표해록』 같은 책을 즐겨 보며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으로 옥사하면서 집안이 기울게 되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장한수는 한양으로 떠나는 배를 몰래 탔고, 뱃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남장을 했다. 그 후 조선과 명나라를 오가며 무역을 했다는 기록이 구전으로 전해지며, 일각에서는 그녀가 ‘여자 장보고’였다고 부르기도 했다.

 

어느 기록에는 장한수가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해적에게 쫓기다 스스로 배를 가라앉혀 목숨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또 다른 야사에서는 중국 저장성에 정착해 조선여성으로는 최초로 명나라 상단과 교역을 지속했다는 전설도 있다.

 

 

2. 한글로 민심을 깨운 양반, 백성 중에 백성 최천중

 

 

책보다 사람을 더 사랑했던 사대부

 

17세기 후반, 안동 출신의 양반 최천중은 스무 살 때 과거에 급제한 수재였다. 하지만 그는 곧 조정의 부패와 위선에 회의를 느끼고 관직을 버렸다. 이후 그는 전국을 유랑하며 백성과 함께 살았고, 놀랍게도 자신이 지은 시와 문장을 한자로 쓰지 않고 한글로 적기 시작했다.

 

그는 “글은 배운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 말하며 농부들에게도 글을 가르치고, 민요풍의 글을 지어 시골 마을에 돌렸다. 그의 글은 벽서처럼 붙기도 했고, 아이들의 입을 타고 노래처럼 퍼지기도 했다.

 

그를 만난 어느 사또는 “양반 중에 참으로 백성다운 자가 있다면 그가 최천중이리라”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보수적인 성리학자들에겐 역모의 씨앗처럼 여겨졌고, 결국 그는 유배를 당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 시를 무기로 삼은 기생, 윤서향의 비밀

 

 

붓 끝으로 저항한 여인

 

한양의 기생 윤서향은 정조대왕 시절 활동했던 인물로, 기록에는 자주 나타나지 않지만, 그녀의 시는 여러 민간 시집 속에 등장한다. 그녀는 단순한 기생이 아니었다. 양반 집안의 첩의 딸로 태어났지만, 인정을 받지 못해 기생이 되었고, 글과 시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하고 새로운 문화를 권장하던 때, 윤서향은 그녀의 시를 통해 당대의 부조리한 여성차별과 신분제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그녀의 시 중 하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천한 것이 내 얼굴인가, 말인가,

부드러운 것은 살결인가, 지혜인가.”

 

이 시는 당시 문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어떤 이는 그녀의 시집을 몰래 베껴 규장각에 바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설과, 정조 사후 떠돌이로 살았다는 설이 혼재한다.

 

 

4. 농업 개혁을 꿈꾼 몰락한 선비, 서민규

 

 

씨앗으로 나라를 바꾸려 한 사나이

 

순조 연간,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난 서민규는 어려서부터 ‘씨앗 하나가 천민을 살린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자랐다. 과거를 포기하고, 그는 전국의 밭과 논을 돌며 작물의 특성과 수확량을 기록했다.

 

그는 당시 거의 없던 ‘기후별 작물 적합도 지도’를 손으로 그렸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 관청에 보급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조정에서는 그를 ‘미친 농부 선비’라 불렀고, 사기꾼 취급까지 받았다.

 

하지만 훗날 그의 손자가 『농사직설』을 참고해 만든 소책자에서 “서민규의 구술노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후대에 그 존재가 일부 알려졌다. 한때 정신병자로 몰려 감금까지 되었던 그는 결국 폐허가 된 집에서 굶어 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잊힌 선구자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불꽃

 

조선은 계급과 규범의 나라였다. 그러나 그런 틀을 넘어 민중과 삶을 향해 걸어간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이름은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지만, 백성의 마음속에, 뒷골목 야사 속에 살아 숨 쉬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진정한 ‘조선의 숨결’을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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